야구 경기에서 454게임 연속으로 파울 볼을 잡을 수 있다면 운이 좋은 걸까 아니면 실력이 좋은 걸까.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이 같은 놀라운 기록(?)을 가진 파울 볼 잡기 '달인'이 CBS 방송에 소개됐다. 잭 햄플(29세)이라는 야구 팬은 방송이 나갈 당시(2006년 10월)까지 454게임 연속으로 파울 볼을 잡았다고 밝혔다. 그동안 잡은 파울 볼만도 3000개에 육박한다. 여성 앵커는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선수가 아니면서 가장 많은 공을 잡은 기록 부문이 있다면 이름을 올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튜브에 떠 있는 CBS 방송 화면 캡쳐.
햄플은 이날 CBS 기자와 야구장에서 인터뷰를 하는 중에도 파울 볼을 하나 잡았다. 그리고는 ‘2939’라고 번호를 써 넣었다. 2939번째로 잡은 공이라는 뜻이다. 그가 야구장에 구경왔다가 공을 잡지 못하고 허탕친 채 집으로 간 것은 13년 전이 마지막이었다. 16살 때 이후로 단 한 경기도 빼지 않고 파울볼을 잡은 셈이다. 이 정도면 야구 경기를 보기 위해 야구장에 온 게 아니라 파울 공을 잡으러 야구 경기를 구경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듯싶다.
햄플이 잡은 파울 볼에 번호를 적어 넣고 있다.
햄플이 그토록 많은 파울볼을 잡을 수 있는 비결은 뭘까.
CBS 기자가 물었다.
“나는 한 번도 파울 볼을 잡은 적이 없는데요. 어떻게 하는 거죠?”
“당신의 글러브는 어디 있습니까? 모자는요?”
기자는 파울볼을 집에 가져갈 최소한의 준비도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햄플은 이날 자신만의 파울볼 잡기 비법을 공개했다.
우선 파울볼 ‘명당’ 자리에 앉아야 한다. 최고의 자리는 홈플레이트 바로 뒤쪽. 파울볼이 가장 많이 날아온다. 하지만 (이 경기장의 경우) 시즌 티켓이 없는 사람은 앉을 수가 없다. 차선책으로 일반석에 앉았을 경우 적어도 복도 끝쪽에는 앉아야 한다. 공이 떨어질 지점으로 빨리 이동하기 위해서다. 관중석 제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파울볼을 잡을 확률은 “복권에 당첨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햄플은 주장했다.
다음으로, 홈팀과 원정팀 야구 모자를 모두 준비한다. 야구 선수도 자기를 응원하는 관중에게 마음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 특히 원정팀의 경우 수많은 홈팀 팬 사이에 자기 팀 모자를 쓴 팬을 보면 관심이 가게 마련이다. 선수들이 연습 배팅을 하거나 팬서비스를 할 때 공을 얻을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 햄플은 이날 경기가 있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시카고 커브스의 모자를 준비해 보여줬다.
필리스 팀의 모자를 쓴 햄플이 미리 준비한 시카고 컵스 팀의 모자를 들어 보이고 있다.
다른 관중과 파울볼을 다투는 햄플
마지막으로, 가장 확실한 방법은 ‘거저먹기’. 경기 시작 전 선수들이 연습할 때 팬스 가까이 내려가 “공을 하나 달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에는 다양한 나라 출신 선수가 뛰는 만큼 외국어도 구사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유창할 필요는 없다. 필요한 말은 “공 좀 주세요”. 햄플은 스페인어와 한국어 일본어 터키어 등 27개국어로 이 말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기자가 몇 개 해보라고 시키자, 당장 유창한(?) 외국어가 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 가운데 한국어가 또렷하게 들린다.
“콩(공) 주세요!”
시카고 컵스에서 뛰었던 최희섭이나 최근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뛰고 있는 박찬호 선수로부터 야구공 몇 개쯤은 받았으리라.
그는 심지어 수화로도 ‘공 주세요’를 표현할 수 있다. 햄플은 실제로 청력 장애가 있는 선수로부터 야구공을 몇 개 얻었다고 밝혔다. 햄플은 이날도 경기 전 연습 중인 선수에게 다가가 자연스럽게 공을 하나 얻었다.
햄플이 이날 얻은 공을 들고 있다.
무엇이 햄플을 그토록 파울볼에 집착하도록 만드는 것일까.
“파울볼은 경기와 저를 끈끈하게 연결해 줍니다. 세계적인 메이저리그 선수가 던지고 친 공을 제가 갖는 거잖아요. 마치 열 번째 선수가 된 느낌입니다. 또 파울볼을 잡을 때 내가 특별하다는 느낌도 갖게 됩니다. (파울 볼을 잡는 순간) 야구장에 모인 3만명을 모두 제치고 내가 잡은 거잖아요. 내가 바로 ‘그 사람’인 것 같은 느낌. 그게 저를 흥분시키죠.”
기자가 묻는다.
“지금 파울 볼이 우리 쪽으로 날아 오면 어떻게 할거죠?”
“우선 (나를 찍고 있는) 카메라를 넘어뜨리고 팔꿈치로 당신 턱을 날려버린 다음 미친듯이 공을 향해 뛰어갈 겁니다. ㅋㅋㅋ”
햄플이 CBS 기자를 팔꿈치로 치는 시늉을 하고 있다.
햄플의 인터뷰 동영상 보기=
http://www.youtube.com/watch?v=hCTvx9buOvA
'이건 뭐?' 카테고리의 다른 글
| 454경기 연속 파울볼 잡은 '달인' (0) | 2009/07/01 |
|---|---|
| 밸런타인 초콜릿은 못 받고 싸움만 (2) | 2009/02/17 |
| 엄마, 새에 봉마니가 뭐야? (2) | 2009/01/01 |
| 국제적 망신살 뻗은 대한민국 국회 (1) | 2008/12/19 |
| 13년 골초의 금연 이야기 (0) | 2008/11/19 |
| 살벌한 용산 재개발 현장 (116) | 2008/10/01 |



댓글을 달아 주세요